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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K.(=미네르바) 에게... - readme 잡동사니

  • 경제토론 MR K. 에게... [49]
  • readme readme님프로필이미지 번호 409772 | 2008.11.26 IP 59.10.***.172 조회 2876 주소복사
K... 01001011...

당신을 K라고 계속 불러야 하니 좀 어색하군.
난 다만 M의 글에 남겨진 코드에서 가져와 붙여본 것 뿐인데.
그 K를 지금 온 대한민국이 찾느라 난리법석을 떤다.
이름에 알파벳 K 한 자 들어가지 않을 사람도 있으려나.
심지어 KMS라고도 추측하더군... 재미있어 이 나라가.
카프카의 미완성작에 소송이라고 있지.
거기에 나오는 주인공도 K가 아니었던가? 요제프 K...
당신도 - 내 여전히 치기어린 악동짓 때문에 - 전혀 영문도 모른채
부조리한 시대의 미완결 사건 M에 빠져들게 된 것이나 아닐까?
그리 생각하니 한편으론 참 죄송하네.
솔직히 당신이 진짜 M인지 아닌지 확신도 안서는데 말이다.
내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판에 남이 누구인지를 어찌 알겠나.
그렇다고 삼십 하고도 수년만에 아닌 밤중 홍두깨처럼 전화해서는,
너 M 이지? 술취한 척 물어 볼 수도 없고...
당신이 또 미쳤다고 나 진짜 M이야! 그렇게 자백할 양반도 아니잖소.

코메디는 모두 이제 끝내자...

당신이 진짜 M이 아니라고 한다면 진심으로 사과 드리겠네.
당신이 진짜 M이라면 당신을 이런 지경에 까지 빠뜨린
내 경솔에 대해 무릎 꿇고 머리 조아려 천만번 용서를 구하겠네.

내가 누구이든 중요한 건 아니다... M이 말했지.

그래도 난 M이 바로 내가 아는 당신 K라면 참 좋겠다.
나의 순진한 희망이다.
옛 학우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이상화하려는 건 아니야...
오히려 당사자 본인은 잘 느끼지 못할련지 몰라도,
M은 이제 우리 모두가 영원히 간직해야 할 우리 자신의 양심이거든.
일순간 떴다가 그저 덧없이 져버릴 별은 아니라는 거지.

정말 굉장한 사건이지.

대한민국 역사상 과연 이런 일이 지금까지 일어났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세계 어느 곳에도 이런 유례가 아직까지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한낱 사이버 스페이스의 이진 기호(記號)가
개인의 파토스가 되고 사회의 에토스가 될 수 있다니...
M이 추천했다는 막스 베버를 다시 써야 할 것이야.
나처럼 반심리학 반사회학주의자들은 천성적으로
베버 류의 경영주의와 그 아메리칸 이데올로기를 좋아하진 않지만서도.
아뭏든...
가상이 현실이 된 것인가.
아니면 사실은 진실이 절대로 아니란 말인가.
글자 그대로 새로운 시대의 신화(神話)가 탄생했다.
그런 살아있는 신화와 길에서 마주친 것만도 찬양 할렐루야일진대,
내가 당신하고 학창시절 6년씩이나 같이 보냈다는 건
이거야 말로 가문의 영광이라 아니할 수 없겠지.
빛바랜 중학시절 졸업앨범의 까까머리 당신 사진 찾아 오려서
벽 위에 붙여놓고 대대로 자랑 좀 해볼거나?
그러나 신화는 신화이고 과거는 과거이고...
어느날 우리들이 어느 지하철에선가 우연히 마주친다 하더라도
누구였던가 희미한 기억만 더듬으며 무심히 지나쳐 버리겠지.

당신이 해외 어디선가 근무했다는 소리는 얼핏 들었다.
일한 데가 런던인지는 잘 모르겠네...
이 바닥에서 누구라도 영국 근무 안해본 친구 있겠나?
하다못해 어학연수라도 한두 달씩은 다들 하고 오더군.
그래서 지난 밤 여기 글에서 후라이를 좀 치긴 했지...
사실 난 런던에선 비행기 갈아타느라 발디뎌 본 기억 밖에 없어.
스콧티쉬 하이랜더들은 침략자 잉글랜드를 좋아하진 않잖아.
그런 데까진 구태여 찾아갈 필요도 없지.
요즘 세상에야 구글맵 두어 시간만 뒤져보면
오늘 밤처럼 애상(哀傷)의 겨울안개 젖었을 런던 다리 건너 편에
미네르바 하우스란 건물이 있다는 걸 아는 건 식은 죽 먹기지.
더 눈물을 자극하는 이국의 도시로 무대를 옮길 걸 잘못했나봐...
미네르바의 고향, 로마의 종착역 떼르미니에서 조금 걸어 내려오면
레뿌블리카 광장에 맥도날드가 있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군.
나머지는 약간의 상상.
이런 건 대충들 넘어갈 줄 알았는데,
어떤 네티즌은 황무지에서 줏어온 문구까지 찾아내더라니까.
놀랍게도 예리한 지성의 인터넷이야.
여기에선 괴벨스의 속임수도 통할 수 없겠지.

지난 글은 그냥 이런 식으로 런던 관광코스 조금 넣고,
육 칠십년대 학창시절 누구나 간직한 향수를 조금 붙여서
약간 센티멘탈한 스릴러 스타일 비슷하게 하나 써봤네.
K를 삼류소설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렸다면 부디 혜량하시오.

변명 같지만 내가 K 당신에 대해 얘기한 건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언제나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확대해서 보게 되지.
아침 나절 좀 지나니까 온갖 뉴스가 파리떼처럼 윙윙대더군.
그것도 어쩌면 하나처럼 다 똑같이.
글 써놓은게 창피해질 지경이더군.
지워버릴 수도 없고...
옐로우 프레스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무언가 유심히 봤더니,
M을 K로 글자 하나 살짝 바꿔준 내 심플한 솔루션의
함정에 빠져준 것은 아니더군.

대한민국은 논리가 안 통하는 사회니까...

0.1% 극상위층, 초일류 코스 밟은 엘리트라는
낯뜨거워질 정도로 유치찬란한 낱말들의 과대선전
그 한 줄에 온 나라가 조중동이니 뭐니 그냥 싸그리 뿅 가버리고 마는군.
그러니 허섭 쓰레기 아파트들이 야스러운 이름 값만으로도 팔리고
귀여운 내 새.끼 명품 졸업장 사 들려주겠다고 발광들을 하는거지.
미친 것들.
조만간 0.1%란 말이 유행이 될 것 같다...
강남 룸살롱에선 텐프로도 한물가고 이젠 일프로 찾는다는데.
술 마시는 사회의 계층구조도 하이퍼인플레가 되어가는구나.
앞으론 피라미드의 꼭지점이 까마득히 높아서
로바체프스키의 하이퍼볼로이드를 그려야만 하겠지.
그러면 E = MC^2...
파라오의 탐욕이 쌓은 그 거대한 구조물에 깔려 신음하는
단 하나의 미약한 입자라도 자신의 무게가 소멸되어야 할 때,
토해져 나오는 극한의 에네르기는 사회의 빅뱅을 가져오겠지.
어차피 우리들 미완성 세대는 블랙홀로 빨려들면 그만이지만...

저 꼭대기 0.1%에의 무차별적 동경 그리고 극이기(極利己)적 경배.
신데렐라 컴플렉스라고 해야 하나,
또는 뱃트맨 컴플렉스라 해야 하나,
왜 우리를 구원하는 영웅은 부유하고 미남이며
게다가 명문학교 간판까지 달린 반드시 그런 왕자님이어야만 하나?
Money, Beauty and Glory...
지난 수십년간 장면 하나 전혀 변한 바 없는
일일연속극에 너무나 오랫동안 중독 되어와서 그런지.

한국이라는 열등의식의 사회가 너무 슬프다.

그러니까 대통령이란 것도 인간적 열등감을 숨기려 변태짓을 하고
경제수장이란 작자까지 일제시대 동경제대 법대에 대한 열등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재경부 애들 앞에서 엔가나 뽑아대며
식민지 상전님 대장성의 정통관료자리에 앉아보는 꿈을 꾸는거지.
이것이 한국의 대 일본 종속성이요 고위행정관료들의 사대주의...

K를 0.1% 극하위층, 초등교육 조차도 마치지 못한,
저기 달동네 판잣집에 병들어 누어있는 마누라 끼니 끓여주며,
낮에는 폐지수집하고 저녁 한 때 지하철 입구에서 고구마나 파는
그처럼 보잘 것 없는 인생 하류 중늙은이로 묘사를 했었더라면,
그래서 나는 당장 달려가 삼십몇년만의 동무를 감격으로 해후하고
그와 마주 앉아 덜 익은 고구마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강요된 빈곤에 대한 울분과 함께 정권의 패악을 성토했노라
그렇게 50년대의 신사실주의로 고백했었더라면,
과연 일류주의 망국병에 걸린 대한민국의 언론들이
또 그 사회가 오늘처럼 열광해주었을까?
아니지...
그러면 그렇구나, 아니나 다를거나,
게으르고 빌어먹을 쌍.놈이 어디 가서 쓰레기나 뒤져 쳐먹을 일이지,
감히 부자들 등쳐먹으려 인터넷에 악랄한 유언비어나 날포해서
더럽고 무식한 들쥐떼를 선동하는 질나쁜 좌빨 새.끼라
쌍.욕 바가지로 퍼부어놓고 잡아서 개 패듯이 팼겠지.
그러므로 이 사회에서 결코 영웅은 천민일 수 없다는 그 말이지.
소망교회 삼신할배의 점지를 받았든지
돈내고 또뽑기 시험 채점관의 낙점을 받았든지
어쨌거나 우연과 투기의 신(神)에 의해 선택된 엘리트가 아니라면
소박한 능력과 근면한 노력 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자명한 논리의 세상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그 말이지.

가난이 감동을 주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가난이 욕망의 배설물로 더렵혀지지 않은 그런 순수가 아니라,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고 아무 것도 없는 완전한 무,
오직 그곳에서 부터 탈출해야 할 암흑과 범죄의 소굴처럼 되었다.
대한민국 땅 위의 가난한 자는 우리의 바로 이웃이 아니라
하늘이 - 누구의 하늘이란 말인가? - 저주한 죄인이요
치유될 수도 없고 치유할 가치 조차도 없는 문둥병자라는 것이
바로 뉴라이트 한나라당 개.잡.쓰레기들의 마가복음 제1장이다.

우주에서 무(無)의 존재를 원초적으로 부정하려는 광신개.독들처럼
사회에서 가난의 실존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소위 신자유주의자들에게
동정(sym-pathos)이란, 부자라는 원죄(原罪)의 무게를 덜어내서
빈자의 아픔을 덜어주자는 공동의식(con-scientia)의 합창이 아니라,
중우정치의 가장 말초적인 캐치프레이즈일 뿐이다.
가난한 자의 상처에 산(酸)을 뿌려 그 고통의 스펙타클을 즐기는
이명박과 그 수하들은 그러므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말종들이다.

그러므로 가난의 순수가 겁탈당한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부(富)는 무의미하고 몰가치하고 부도덕한 것들의 축적이 되었다.
아마 좀과 도둑이 해하는 지상에 재물을 쌓으려는 탐욕 자체를,
그 허영을, 그 사치를, 그 물신(物神)을 부라고 부르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저들의 금고 안에 숨겨진 휘황찬란한 금은보화를,
저들의 호화롭고 높은 팰리스를 더 이상 사람들이 탐하지 않을 때,
거짓 재화에서 파생하는 권력과 학력과 또 미의 유혹까지도
모두가 사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드디어 깨달을 때
- 즉 재화에 대한 유효수요가 현시되지 않는 바로 그 순간 -
저들이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숭배를 강요했던 부라는 신기루는
힘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부에 대한 열등의식을 없애버리는 바로 그 순간 우리는 해방된다.
그러면 우리는 예고된 파국 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폐지를 주으며, 고구마를 구으며, 파전을 부치며...
그러면서도 소주 한 잔에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미네르바는 고구마 노인이어야만 한다.

* * *

K...
오랫동안 열어보지도 않은 먼지 낀 다음의 내 메일박스엔
오늘도 K와 만나게 해달라는 유혹적인 러브레터가 수북이 쌓인다.
언론의 관음증(voyeurism)에 가까운 변태적 호기심일까.
미네르바의 신탁을 애타게 기다리는 병자들의 행렬일까.
아니면 나라의 환란을 맞아 하늘과 땅에 큰 죄 지었던 임금이
제 목숨 하나 구하려고 천민의 옷 입은 사신을 보낸 것일까.
그러나 나는 누가 누구인지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언젠가 미네르바가 다시 오리라는 것뿐...

[guest@minervasys /]# cat readme.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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