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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같은 글-만인 필독 황우석 사건 자료실

고등어 회에 쏘주 한 잔
등록 : 평미레 (jc7202) 조회 : 669 점수 : 498 날짜 : 2006년4월1일 18시12분
전 생선회를 참 좋아하지만 활어횟집은 피합니다. 커다란 수족관에다가 조금 후면 멱이 떼일 횟감들이 느리게 헤엄치고 있는 걸 보면 입맛이 가십니다. 게다가 칼잽이 솜씨가 너무도 좋아서 아직 숨을 팔딱인 채 제 뼈다귀 위에 살점을 잘려 이고 있는 놈들의 눈을 보면 도무지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건 그저 제 기벽입니다. 그렇다고 생선회를 싫어하게 된 것도 아닙니다. 없어서 못 먹을 뿐이지요. 그런데도 막상 헤엄치는 놈들이 전시돼 있는 식당은 극구 피하고 싶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약속이 잡히면 문간에 놓인 수족관에 눈길을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기벽은 인혁당 사건 때문입니다. 그 사건을 알게 된 건 대학 시절 유인물과 대자보를 통해서였지요. 졸업 후 짧은 직장 시절, 동료들과 횟집엘 갔다가 뭐 때문인지 고기 어항을 보고 그 사건을 떠올렸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활어횟집 커다란 수족관을 꺼리게 됐습니다.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인 사법살인입니다. 1974년 긴급조치 위반, 반공법 위반, 그리고 국가보안법상 간첩죄로 8명의 젊은이들이 사형 선고를 받은 지 20시간만에 처형됐습니다. 극심한 고문으로 인한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신속한 재판 진행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실감하기도 전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버린 겁니다.
이들을 신속히 처형한 이유는 재심 청구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었지요.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박정희가 포고한 긴급조치 덕분에 이 사건은 비상군법회의가 1심과 2심 재판을 맡았습니다. 이 군법회의는 거의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신속하게 사형 선고를 내렸고, 서슬 시퍼런 박정희가 두려웠던 민간 대법원은 군법회의의 선고를 신속하게 확인해 줬습니다. 법을 빙자해 법을 유린한 한국의 사법만행에 충격을 받은 프랑스 정부가 외교채널을 통해 박정희 정권에 항의했을 정도였습니다.
제게는 그 사건이 역사적, 혹은 국제적 사법 만행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의심하게 하고 분노에 떨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저는 희생되신 분들의 처지에 내 자신을 대입해 보곤 했었습니다. 선고 공판에서 자기 독방으로 돌아온 그분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어쩌면 조국을 위해 떳떳이 죽겠노라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각오를 채 다지기도 전에 그들은 형장으로 끌려갔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피해자들을 생선횟감과 연결 지었다고 나무라시면 나무람을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의 반인권 범죄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기는커녕 적어도 한 개인의 식생활을 심각하게 방해할 정도로 혐오감을 주게 된 사건이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가슴을 헤벼 파이고 있을 가족 분들의 아픔에 비하면 이 정도의 분노는 약과겠지만요.
이야기를 무겁게 꺼낸 것은 황우석 박사님 연구 재개와 특허권 수호를 위해 애쓰시는 분들, 이른바 황빠분들에게 한 말씀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서프앙이었지만 한참 글쓰기를 쉬었고, 그래서 최근 형편을 잘 몰랐습니다. 글을 몇편 올리면서 눈팅 모드를 강화한 끝에 이제야 좀 맥락을 이해하게 됐고, 걱정도 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맥락을 짚자'는 겁니다. '퍼스펙티브를 가지자'는 겁니다. 결국 죽림누필님 말씀과 비슷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이슈가 아니라 가치로 뭉치자'고 하신 말씀이지요. 저는 그 가치가 어떤 가치인가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조금 부연하려고 합니다.
황우석 박사님이 모진 박해를 받는 것은 우연히 생긴 일이 아닙니다. 그건 인혁당 피해자들이 어이없이 목숨을 잃은 일과 관련돼 있습니다. 광주 항쟁에서 죽어간 수백 수천의 젊은 영령들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자기나라 군인들에게 떼죽음을 당했던 거창 양민들의 원한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이승만의 하수인에게 암살 당한 김구 선생과 여운형 선생의 죽음도 같은 맥락입니다. 곧 다가오는 4-13 제주도 양민 학살 사건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뿐입니까? 일제 앞잡이들에게 밀고 당해 투옥되고 고문 받고 옥사했던 수많은 독립투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김활란이나 최남선 등의 감언이설에 속아서 일본군의 성노리개가 됐던 조선의 여성들과 자기가 어디로 끌려온 줄도 모르고 석탄을 캐고 탄약을 나르다가 죽어간 조선의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주벌판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면서도 조국으로 진격할 날을 기다리며 고난의 행군을 견디던 무명의 독립군들, 그러다가 박정희 같은 조선계 일본인이 지휘하는 일본군의 총탄에 쓰러져 새하얀 눈벌판에 붉은 피를 흘리며 죽어간 그분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이 모두가 반민족적 세력의 기득권 지키기 때문입니다. 그런 역사가 무려 1백년 이상 계속됐습니다. 기득권 세력은 때로는 친일파로, 때로는 반공주의자로, 때로는 경제성장 제일주의자로, 때로는 친미주의자로 변신했지만, 그 본질은 언제나 같습니다. 기득권 지키기에 도움만 된다면 그 세력은 어떤 이데올로기나 기꺼이 채택합니다. 그들의 기득권을 막아서면 상대방이 누구인가에 상관없이 무자비한 탄압을 자행합니다.
억울하고 삐뚤어진 역사가 한 세기나 지나서야 비로소 바로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숱한 희생이 있었지만 마침내 결실을 맺기 시작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 바로잡기를 실천하는 상징적인 인물들입니다. 물론 그분들 자신도 훌륭한 분들이겠지만, 왜곡된 한국 역사를 바로잡기 시작한 분들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소중한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혼자서 한 건 아닙니다. 국민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고 인식을 같이하고 행동을 같이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적어도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합니다. 노사모가 만들어지고 노빠가 양산된 것은 바로 그런 맥락입니다. 게다가 노빠빠까지 생겼는데, 첫 번째 노빠빠는 바로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라고 저는 봅니다. 배신 때릴 분이 아니라는 거지요.
노빠들은 대단한 분들입니다. 그것은 노빠라는 말의 역사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3년여 전 노빠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는 비웃는 말이었습니다. 냉소적인 꼬리표였지요. 하지만 노빠들은 기꺼이 그 꼬리표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진짜로 노빠답게 생각하고 행동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노빠는 아주 긍정적인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누군가 저를 노빠라고 불러준다면 저는 행복할 겁니다. 그게 행복인 까닭은 앞에서 길게 늘어놓은 역사적 맥락 때문입니다. 나는 고난의 한국 역사에서 제대로 된 연장선상에 서 있다는 자기 확인 때문입니다.
노빠들은, 적어도 저는, 황우석 박사님의 사건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봅니다. 기득권 세력의 모진 박해에도 불구하고 변방에서 일어나 보란 듯이 희망을 내비친 분들이 계셨습니다. 노비 출신의 김구 선생님이 그랬고, 고졸 출신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그랬습니다. 황우석 박사님도 같은 계열입니다. 앞의 선배들이 받았던 박해를 황박사님도 받고 계신 것이지요.
기득권 세력은 변방 출신이 성공하는 것을 눈뜨고 못 봅니다. 조선일보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노빠들이 안티조선 행동대원인 것도 바로 그런 맥락이지요.
황우석 박사님의 성공과 박해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그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기득권 세력은 아마도 황우석 박사님의 업적과 노벨상 수상을 눈뜨고 못 보겠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줄기세포가 돈이 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 집단이니까요. 그게 지금 황박사님께 자행되고 있는 일의 근본 원인입니다.
그러니 황우석 박사님의 고난은, 동학에서 시작해서, 무수한 무명의 독립투사들과 김구-여운형-장준하 선생님들과, 유영모-김교신-함석헌 선생님과 거창과 제주와 부마와 광주의 희생자들을 거쳐서, 마침내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긴 터널 끝에 자리잡은 사건입니다.
그래도 황우석 박사님은 행복하신 편입니다. 바로 앞 표현대로 '긴 터널의 끝'에 자리잡고 계시니까요. 아직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미궁에 묻힌 채 그분들의 희생과 가치를 기리고 보존할래야 할 수 조차 없는 수많은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러나 황박사님은 선배님들이 누리지 못한 황빠복을 누리고 계신 데다가, 조만간 줄기세포의 진실이 밝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조급해 하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 사건의 진상이 완전히 밝혀지는 데 3년은 걸릴 것이라고 봤었습니다. 황빠 여러분들의 가열찬 노력 덕분에 그 시기는 훨씬 빨라질 것으로 믿습니다. 혹시 맘먹은 대로 일이 빨리 진행되지 않더라도 낙심하시지 마시길 빕니다. 우리가 싸우고 있는 이 싸움의 역사는 1백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두 달이나 1-2년 더 걸릴지 몰라도 진실은 반드시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황우석 박사님 사건이 한국 근대사와 현대사의 어두운 그림자 때문이라는 걸 이해한다면, 황빠와 노빠가 동지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으실 겁니다.
황우석 박사님의 연구 재개와 특허 수호, 그리고 그분의 명예 회복이 중요한 이슈인 만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 선거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서프라이즈의 눈팅 수가 얼마고 논객 수가 얼맙니까? 두 가지 이슈 정도 동시에 추진하는 게 버거울 서프앙들이 아닙니다.
노빠와 황빠, 아마도 처음에는 우스개처럼 시작된 꼬리표였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자랑스런 꼬리표로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괜스레 대립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고 제안하는 바입니다.
어차피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끼리, 훗날 만나서 얼굴 붉힐 인연보다는, 씨익 웃으면서 고등어 회에 쏘주 한잔 나눌 수 있는 인연이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평미레 드림
2006/4/1 (농담 아님)
[간곡한 부탁]: 점수를 주시려거든 딱 2점씩만 주시고(1점은 섭섭하니깐), 베뷰까지만 보내 주세요. 그냥 묻히지나 말았으면 하는 바램인데.... 글구, 편집장님, 절.대.로. 대문에 올리지 말아 주십시오.^^
(원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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