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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척수 장애인 이양신씨 인터뷰 동영상 자료

우리가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
척수 장애인 이양신씨 인터뷰
2007년 02월 02일 (금) 19:00:11 황주미 기자 crom3685@peoplevoice.co.kr




침대 등받이를 세우고 곧게 앉은 이양신씨는 짧은 커트머리에 잘 어울리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침대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욕창이 생겨 치료 중이라는 그녀는 우리를 직접 맞이하지도, 차 한잔 대접하지도 못했다. ‘배고플땐 언제나 찾아와도 좋지만 이 집에선 모든 것이 셀프’라고 말하고 민망한 듯 웃는다. 어두운 방에서 오랜 기간 투병으로 지친 모습을 상상했지만 그녀는 침대에 앉아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장애우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였다.

올해 나이 서른 여섯인 그녀는 27세에 추락사고로 목 부위를 크게 다쳐 그동안 십여차례의 대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전신마비판정을 받았다. 지금은 재활치료로 한 손 정도만 움직일 수 있는데, 눈으로 보지 않으면 자신의 손이 움직이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활동지원봉사자가 하루 두 시간씩 도와주고 있지만 온종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우의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물 한잔도 혼자 마실 수 없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웃음과 밝은 표정만은 누구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이양신씨는 사고 후 의사로부터 십년 뒤면 줄기세포라는 것이 개발이 되어 자신과 같은 척수 장애인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한 희망을 가지고 있던 중 우리나라에서 줄기세포가 개발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매우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 언론에 의해 사기극으로 몰려가면서 장애우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척수 장애와 같은 병은 후천적인 장애이므로, 양신씨가 당했던 사고처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은 위험한 표현이지만 우리는 모두 ‘예비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환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양신씨는 이러한 의미에서도 줄기 세포는 비단 장애우들의 필요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줄기세포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들이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무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언론의 성급한 보도로 인하여 수포로 돌아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지금 말하는 순간에도 통증을 느끼고 있다는 양신씨는 영원히 함께해야 할 고통과 친구가 되기 위해 ‘그러려니’치료법으로 이겨냈다고 한다. 고통에 일그러진 삶을 살기보다는, 어차피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면 ‘그러려니’하는 긍정적 체념으로 이겨내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놀랍게도 장애인이 된 현재가 보통 사람이었을 때보다 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되지 않았더라면...그냥 살았겠죠. 소중한 것을 보지 못하고. 하지만 지금은 보통사람들이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어요. 물론 불편하지만, 불편함 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녀는 장애인의 자립운동을 위해 가족들의 품을 떠나 스스로 자립을 선택하고 현재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강의를 하고 있다. 남들보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발견하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움을 넘어서 경이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양신씨의 극단적 긍정주의가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정작 몸이 불편하지도 않은 우리가 절감해야할 긍정적 사고가 자꾸만 희석되어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반증이 아닐까.

황우석 박사를 지지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중 직접적 수혜자로써 장애우나 장애우의 가족들은 더욱 절실하게 이 사태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이 사건을 둘러싼 권력이나 이해관계를 떠나서, 줄기세포만이 유일한 치료의 희망이었던 불치병 환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른 각도로 파악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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