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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되세요, 병원비 없어 죽기 싫으면 (오마이뉴스) 한미 FTA의 본질

부자 되세요, 병원비 없어 죽기 싫으면
장하준·정태인 대담
[오마이뉴스 2007-12-30 13:20:52]

[오마이뉴스 박형준 기자]
정태인
"…(전략)…반면에 가난한 사람 가지고는 보험이 성립 안 돼요. 보험료 조금 내고 보험금 많이 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언제나 파탄이에요. 미국에 5000만명은 아무런 보험이 없이 살아가고 있거든요. 보험 없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상상 못하는데, 감기 하나에 10만원이 들어갈 수도 있고, 손가락이 곪았는데 (치료를 못 받아서) 자를 수도 있고."
장하준
"미국보다 더 심한 곳이 멕시코인데, 거기서는 예를 들어 누가 슈퍼마켓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미국 돈으로 1000불 안 내면 앰뷸란스 직원들이 실어주지 않는데요. 사람이 쓰러져 죽어가고 있는데…. 미국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극단적 시장논리가 도입되면 그렇게 되는 거죠. 현금 박치기로 1000불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안 간다는 식으로(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 <오마이뉴스> 8월 30일자 기사 <"일본처럼 했다면 한미FTA 깨졌다" "한미FTA 반대하면 대원군 지지자?">, 장하준·정태인 대담 중 일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건강보험 민영화'와 '당연지정제 폐지'를 거론했습니다. 취임도 하기 전에, 이런 식으로 벌써부터 서민들에게 '위협'을 가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금산분리 완화'나 '노동시장 유연화'만 해도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그게 뭐하는 건지 잘 와닿지 않는 일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 민영화'는 다릅니다. 서민의 건강을 통째로 보험업계와 의료 카르텔에 넘겨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명박 당선자, <식코>나 한 번 보고 나서 이야기하세요


영화 <식코>
ⓒ 스폰지하우스
절묘하게 눈길을 끄는 영화가 있습니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입니다.
최악 중에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미국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비판과 풍자를 가하는 영화입니다.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와 정태인 민주노동당 한미FTA저지 사업본부장이 거론한 저 상황을 그대로 이야기합니다.
일단, <식코>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미국 보건시스템'의 현실은 애덤이라는 인물을 통해 잘 드러납니다.
애덤은 보험업계 주도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경제적 형편도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그런 애덤이 절단기로 나무를 자르다가 중지 손가락과 약지 손가락의 끝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민간의료보험 미가입자'이니 병원 측은 아주 비싼 치료비용을 물립니다.
"중지 손가락 봉합에는 6만 달러, 약지 손가락 봉합에는 12만 달러가 필요하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 돈으로 환불하면 '손가락 봉합하는 데 6000만원이 든다'는 이야기입니다. <미녀들의 수다>에서도 윈터가 이야기한 적이 있었죠? 독감으로 2주간 병원에 입원했다가, 4800만원이 청구됐던 적이 있었다고.
'국민건강보험'은 "국민이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내면서 전 국민이 동일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본의료보험"입니다. 그렇기에, 경제적 형편에 따라 의료혜택이 달리 적용되는 일을 없도록 한 것입니다.
'당연지정제'는 '민간보험'에 대한 일종의 방어책이라고 할 수 있겠죠. 보험 가입자가 국내의 모든 의료기관에서 안정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의료기관의 민간보험 지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제도입니다.
만일 이게 폐지된다면? 재벌 회장들이 번거롭게 휠체어 타고 외국에서 수술을 받아야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게 없어지면, 그 유명한 'MD 앤더슨'이나 '케네스 메디컬 센터'가 국내에서 아주 활발한 시장 공략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민간의료보험'의 비극, 한국에서도?


다큐멘터리 <식코>의 한 장면.
ⓒ 스폰지하우스
<식코>는, 어렵게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도 혜택을 원활하게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남편을 신장암으로 잃었다는 줄리 피어스를 비롯한 다양한 사연들이 나옵니다. 병원에서 수술이나 신약 처방에 대한 가능성을 통보받아도, 보험사가 보험료 제공을 거부하면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는 거죠.
"손가락 봉합에 6000만원이 든다"는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의료보험을 통하지 않으면 황당무계한 금액을 그대로 감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쳇말로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의 상황인 것입니다. 줄리 피어스의 남편은 결국 손 한 번 못써보고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식코>에서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미국 의료업계의 김용철'이라고 할 수 있는 민간의료보험사 '휴매나'의 의료고문을 맡았던 린다 피노 박사의 '양심선언'입니다. 의회에서 폭로한 것입니다. 그의 고백을 들어봅시다.
"1987년에 한 환자의 수술을 거절해, 결국 그로 인해 사망한 적이 있다. 민간의료보험사가 50만 달러의 의료비 제공을 피하기 위해 저지른 일이다…환자들에 대한 치료비 청구를 많이 거절할 수록, 인센티브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의 의료정책은 '보험사 승인'이 가장 중요합니다. 병원 치료나 약 지급도 '보험사 승인'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보험사 승인'이 부합되지 ?으면 의료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에 미가입자처럼 "손가락 봉합에 1억원"이라는 해괴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의사협회가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가 느껴지실 것입니다.
유력한 압력단체의 압박 속에서 '건강보험 민영화'와 '당연지정제 폐지'가 현실이 되면, 개발도상국의 우수사례로까지 평가받는다는 우리 건강보험은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돈 없으면 아플 권리도 없어지는 것"입니다.
정치권, '보험사 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식코>에서 제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한 부분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주도한 '의료보장제도 의약품 개선 및 현대화에 대한 법', 그리고 이 법을 통과시키려던 정치인들의 행각입니다. 가장 앞장서서 열변을 토하며 이 법을 통과시킨 빌리 토우진 의원은 나중에 200만 달러 연봉을 조건으로 파르마 제약사의 CEO로 영입됩니다.
우리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역대 정권마다 '게이트'나 '뇌물 수뢰 의혹'이 없었던 적은 드물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의료정책을 철저하게 시장 논리에 맡겨 거대보험사들의 카르텔 형성을 조장한다면, 이 카르텔을 유지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정치인들은 '돈'에 약하고 '사후 보장'에 약합니다.
'삼성 내부문건 공개'를 생각해보시죠.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이 "돈 안 받는 정치인에 대한 선물 공세"까지 고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문건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검찰 및 국세청 등의 관료들과 언론에 이르기까지, '뇌물'이 안 미친 영역이 없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도 고려해야 합니다. 과연, 우리 정치인들이 거대보험사들의 작심한 로비에 굳건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듭니다.
<식코>는 그 예로 힐러리 로댐 클린턴의 예를 듭니다. 그는 남편 빌 클린턴이 집권했을 당시 보건정책 개선을 시도합니다만, 보험 카르텔 및 그들과 연계된 정치인과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아 무너지고 맙니다.
뿐만 아니라 그도 결국에는 카르텔로부터 정치 기부금을 받은 바 있습니다. 현재, 일부 미국 대선후보들이 의료보험 개선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만, 믿음이 쉽게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건강보험 민영화'와 '당연지정제 폐지'는 결국 보험 카르텔의 형성을 조장할 것이며, 의료정책 전반이 그들의 손에 좌지우지될 것임을 예고하는 정책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행복해질까
그렇다고 미국 현지에서 의사들의 처우가 그리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뉴시스>의 29일자 기사 '미국 수련의들 빚에 허덕인다'라는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시카고 지역 등 도시에 위치한 대학의 의대들의 학비가 다른 작은 도시 지역 의대보다 비싸 시카고 대학에서 의대 공부를 하면서 한 학기에 2만9000달러의 학비를 내고 다녔다. 이 때문에 현재 약 20만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하루 12시간 이상의 고된 업무로 집에 돌아가는 것조차 힘들어지자 집을 도시 내에 구했고 이 때문에 집 렌트 비용으로만 45만달러의 빚을 지게 됐다. 앞으로 이를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 지 걱정이다…60세가 돼서야 빚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2009년에 의학전문대학원 체제가 시작되는데, <뉴시스>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 사립 의전원 학비는 900만원에서 1200만원, 국립도 600만원 이상이다"며 "이를 감당하기 위해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은 한 학기를 다니고 휴학을 하고 돈을 벌고 또 이도 모자라 대출을 받기가 일쑤"라고 지적합니다.
이렇게 빚더미 속에서 어렵게 의사가 된다 할지라도, 과중한 업무와 빚에 비해 적은 보수 때문에 고통은 끊이질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건강보험 민영화' 및 '당연지정제 폐지'가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를 만나면 의사와 환자 모두가 공멸당할 수 있는 최악의 의료시스템이 완성된다는 뜻입니다. 거대보험사와 대형병원만이 재미를 본다는 이야기겠죠.
이런 현실에서, 다름아닌 의사협회가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판에 'MD 앤더슨'이나 '케네스 메디컬 센터'까지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제도들,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당신이 닮으려 하는 대처조차도
이명박 당선자는 <식코>를 5분이라도 지켜봐야 합니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의식이 있다면, 그런 정책을 추진하기는커녕 입에 담지도 못할 것입니다. 보수언론과 이명박 당선자가 행적을 그대로 밟으려 하는 영국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조차도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모든 것에 대해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다 해도, 국방과 의료만큼은 정부의 책임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정말로 '건강보험 민영화'와 '당연지정제 폐지'를 시도한다면, '철의 여인'을 뛰어넘은 신자유주의의 역사에 남으려 한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유행하는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어느 시민의 일기'라는 가상의 패러디와 유행어가 떠오릅니다.
"<2009년 10월>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모시고 가니 위암이라고 하신다. 다행히 초기라 완치 가능하다고 한다. 다행이다. 의료보험료도 꼬박꼬박 냈으니….
<2009년 11월>
독감 예방주사를 미리 맞았다. 이번에는 30만원이란다. 분명히 3~4년 전에는 2만원 미만이었는데? 이상해서 의사에게 물어보니 이건 '사스2'도 예방 가능한 것이라 한다. 대운하 공사에서 삽질해야 하는데, 아프면 안 되니까 비싸도 맞았다.
<2010년 1월>
부모님이 완치되셨다. 다행이다. 그런데 병원비가 5억이란다. 놀라 자빠져 따졌으나, 지정제가 어쩌고 못 알아듣는 이야기만 한다. 난 의료보험비 꼬박꼬박냈다고 납입 영수증 들고 따지다가 경비원들에게 끌려 쫓겨났다."
손가락이 잘려 6000만원이 들어도 뭐 어떠냐? 경제만 살리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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